흑인대통령의 대한 기대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노예해방선언이 있은 후 거의 130여년 만이고, 미국 건국 230여년 만이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후 거의 40여년 만이다. 나면서부터 평생을 열등감 속에서 살아야 했던 흑인들은 오바마의 당선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코 웃으면서 투표할 수 없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백인들을 자극해서 역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오바마의 당선이 결정되고서야 그들은 웃음 대신 울음을 터뜨렸다.


오바마는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중앙 무대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가 중앙 정치에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4년 전 케리 상원의원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는 연설을 하면서부터였다. 그 한 번의 연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바마라는 신인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물론 그 후에도 그가 중앙에서 전면적으로 부각된 것은 아니었다. 시련도 있었지만, 그는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야 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하버드 대학의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고 유명 로펌에서도 스카웃 제의가 있었지만, 그는 시카고 흑인 빈민촌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카고 대학에서 강사를 겸임하면서 빈민봉사를 하는 동안에도 대학에서는 정년교수를 보장하겠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제의를 거절했다. 자신의 갈 길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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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화두는 변화였습니다. 그에게 변화란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케냐 출신 아프리카인이고 미국에 와서 공부를 했다. 백인 어머니를 만나 혼혈로 태어난 그는 그 후로 양부모와 조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인도네시아와 하와이에서 거주하며 다문화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자라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지만, 그는 대학에 진학했고, 미국의 흑인들의 삶에 깊은 고민을 갖게 되었다. 고향 케냐를 방문하고서는 더욱 강력해진 그의 생각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만약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오바마의 당선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또 금융위기가 더 일찍 터졌어도 그의 당선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위기는 그가 당선을 위해서는 가장 적절한 시기에 터져주었다. 만약 그가 애초부터 중앙 무대에서 유명한 정치인이었다면, 그의 후보자 지명도 당선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은 그를 숨기시고 모든 정치적 공격으로부터 보호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시의적절한(?) 금융위기도 하나님이 그의 당선을 위해 미국의 불의한 시스템에 대한 경고를 보내신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바마의 당선은 모든 것이 드라마처럼 엮여 이루어냈다. 40대의 젊은 흑인! 그를 사람들은 흑인 케네디라고 부른다지만 그는 분명 흑인이며, 흑인만이 겪을 수 있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가 흑인으로서 흑인의 이익을 대변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당선 수락 연설에서 그는 "미국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라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그는 미국은 백인의 미국이거나 흑인의 미국이 아니라 하나의 미국만이 존재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내각 구성도 초당적으로 하겠다고 천명했다. 작금의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당파나 분파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와 그토록 다른가 말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인은 흑인인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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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할아버지가 참 기뻐하시겠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당선된 것이 흑인이 승리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너무 협소한 해석이다. 이 위기의 때에 사람들이 오바마를 선택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유연성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점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본 것이다. 물론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나 신자유주의 체제 등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진 오바마는 이러한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삶 자체가 다문화 환경이었고, 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 그리고 이슬람교와 기독교 사이의 경계선상에서 고민했던 그는 좌와 우의 조화와 타협에 능한 본성을 갖게 되었다. 하버드 재학 당시 흑인 최초로 신문사 편집장이 되었는데 백인과 흑인 모두에게 호감을 얻었다고 한다. 시카고의 지방 정치를 할 때에도 백인들과 흑인들 모두에게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이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이었던 것이다.

오바마가 당선되자 현 정부는 당황스러웠나보다. 자기들이 오바마와 비슷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도대체 어디가 비슷하다는 것인가? 경제문제? 남북문제? 미국의 민주당은 오바마의 당선으로 공화당 정권이 잘못한 것을 바로 잡겠다고 하면서도, 내각을 공화당 의원들을 포함하여 구성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저 부러울 뿐이다.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면서 이 어려운 시기에 사사건건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현 정부의 태도와 정반대가 아닐 수 없다.


결정적으로 나와 다른 타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 있어서 그토록 큰 차이가 나건만 무슨 근거로 비슷하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여전히 장로 대통령이라고 지지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그토록 좋아했던 부시 정부가 물러가고 진보적 성향의 교회들이 지지하는 민주당 정부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할지도 궁금하다. 보도에 의하면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했던 보수적 복음주의 계열의 기독교인과 교회가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입만 열면 미국, 미국을 거들먹거리는 이들이 이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시청 앞에서 미국을 지지한다며 북한을 저주하던 이들이 이 미국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할지 기다려진다. 오바마가 한국의 대통령은 아니니 아마도 우리에게는 별다른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더 힘들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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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진보적 가치의 정치에 대해 교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다만 그의 당선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우리의 생각, 미국이 세계를 대하는 태도, 정치에 대한 기독교 신앙의 대응 등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지금 우리에게도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것들이다. 경제위기가 세계를 덮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돈과 자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다. 돈 때문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깊이 새겨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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