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개그맨들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은 물론 가수나 연기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시사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사실 한 10년 전만 해도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은 연예인 중 가장 대우가 약했던 직업이었는데, 지금은 몇 몇 개그맨은 가장 높은 연봉들을 받아 들고 있습니다. 유재석, 강호동은 국민 MC라는 칭호도 얻었습니다. 연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제동은 얼굴로 보면 정말 그 화려한 연예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지만, 가장 개그맨적 입담으로 훌륭히 잘 해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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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가 진행하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라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은 동시간대를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얼마 전에 5주년을 맞이했다는데, 기념으로 녹음한 청취자들의 소감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어렵거나 딱딱할 수 있는 시사 문제를 편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 줘서 좋다." "편하게 하면서도 예리하게 지적하고 질문할 때는 시원하다." 등 김미화는 일자 눈썹 순악질 여사에서 그야말로 시사전문인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녀가 가끔 던지는 유머에 하루의 피로가 날아가는 느낌도 있습니다.

 

주일 사역을 마치고 집에 와서 가족들과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별 의미가 없는 말들이 대부분이지만, 보고 있노라면 지친 심신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몸짓과 말을 따라 하면서 경직되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내곤 합니다. 우리는 웃겨 주는 그들이 고맙기도 하고, 또 그들을 따라서 남을 웃겨 보고도 싶게 만듭니다. 웃기는 사람이 인기가 많다지 않습니까? 요즘 인기있는 남자는 유머가 많은 남자라고 합니다.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 좋다는 것이겠지요. 남자 개그맨들의 신부감들은 모두 잘 나가는 일등 직업군에 속합니다.

 

9시 뉴스를 보면 사실 정말로 안 웃긴 세상인데, 아니 안 웃기기는 커녕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를 웃겨 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돈을 많이 벌고 대우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국회위원이나 정치인들보다는 더 많은 돈을 받아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욕심과 탐욕에 자신의 영혼을 팔아 넘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도 남을 웃기려고 애를 쓰는 것은 어쩌면 가장 건강하게 사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수나 배우들은 종종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개그맨들은 그런 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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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년을 맞은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왜 개그맨이 뜰까요? 아마도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한 정체성"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놀림을 받고 업신 여김을 받는 캐릭터일수록 인기를 얻게 되니, 또 남을 웃기려고 자신을 망가트려야 인기를 얻으니, 그리고 온갖 재주를 다 갖춰야 하니 단 하나의 정체성으로 승부를 거는 사람, 즉 가수나 배우들보다 훨씬 더 유연한 정체성으로 무장한 사람들입니다. 유연성! 다원화, 다문화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덕목이라고 봅니다. 어디서나 잘 적응하고 남을 배려하고 즐겁게 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오늘 한국사회에서 그리스도인, 교회의 이미지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가장 경직되고 딱딱하고 배려심 없고 이기적이고 남을 우습게 여기고 누구를 만나도 자기 말만 늘어 놓는 사람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세상 사람들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다 이런 줄 알만큼 지금 우리의 이미지가 왜곡되어 있습니다. 매스컴이 잘못 보도한 이유도 있지만 우리의 모습이 정말 그런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개그맨을 보고 즐거워 하지만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고는 별 재미를 못 느낍니다. 별다르지 않아 보이니까요.

 

개그맨이 뜨는 시대, 그들은 참 유연합니다. 우리도 복음 안에서 자유로웁시다. 유연해지고 열린 마음을 가집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과 은총을 우리만 가지고 있지 말고 나눠 줍시다. 융통성은 정체성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이 있는 반면, 유연성은 결코 자기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유연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지만 자신도 즐겁습니다. 개그맨이 됩시다. 세상을 웃게 만들어 봅시다. 우리 교회가 웃을 일 없는 세상에서 웃을 일을 만들어 내는 개그맨 훈련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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